AI를 쓰지 않는다는 사람은 정말 안 쓸까?
미국 언론 악시오스는 미국인의 AI 경험을 세 부류로 나눴다. 최신 모델에 코딩과 조사를 맡겨 사업을 운영하는 소수, 검색과 이메일에서 편의를 얻는 평균 이용자, AI를 쓰는 줄도 모르는 이용자다. 앞의 두 부류는 활용 수준에 차이가 있어도 AI를 쓴다는 사실은 안다. 마지막 부류는 기술을 선택하는 대신 휴대폰과 앱에 포함된 기능을 별다른 인식 없이 이용한다.
세 번째 부류는 단순한 수사일까? 삼성 의뢰로 2025년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미국 성인 2,000명을 조사했더니 51%가 휴대폰에서 AI를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기능 목록을 본 뒤에는 86%가 날씨 알림, 스팸전화 차단, 자동 오타 수정, 야간 사진 같은 기능을 매일 쓴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사용 사실을 알고 있던 비율은 38%에 그쳤다. 쓰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 상당수가 이미 매일 쓰고 있던 셈이다.
알고 쓰는 사람은 다르다. 최신 모델을 고르고 명령하며 자신의 목적에 맞춰 기능을 조합하고 결과를 평가한다. 필요하면 모델과 명령도 스스로 바꾼다. 반면 자동 보정이나 전화 차단만 접하는 사람은 제조사가 정한 기능을 그대로 받으며 성능과 한계를 확인할 이유도 적다. 교육 과정이 AI를 배우려는 사람을 모집하는 방식이라면 사용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시작 단계부터 빠질 가능성이 크다.
사용법을 배워도 열리지 않는 유료 모델의 문
인식만의 문제일까?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고객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 AI 서비스에 돈을 내는 가구는 약 3%였고, 이들의 월 지출 중간값은 20달러였다. 결제 가구는 2024년 평균보다 38% 늘었다. 그래도 나머지 97%는 무료 서비스만 쓰거나 아예 쓰지 않는다. 연소득 12만5천 달러 초과 가구가 가입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수만 비용을 내고 쓰는 구조라는 말이다.

그런데 상위 요금제는 대중적인 20달러 상품보다 최소 열 배 비싸다. ChatGPT Pro와 Claude Max의 상위 상품은 월 200달러, Google AI Ultra는 약 250달러다. 무료 이용자와 상위 요금제 가입자는 같은 이름의 서비스를 열어도 사용할 수 있는 모델, 처리량, 신기능 접근 시점이 다르다. 정식 공개 전 기능을 시험하는 협력사와 일부 조직까지 포함하면 접근 단계는 더 세분된다.
무료 사용자가 질문을 잘 작성해도 요금제가 막아 둔 모델과 처리량은 열리지 않는다. 교육은 주어진 도구를 효율적으로 쓰게 만들지만 어떤 도구가 주어지는지는 바꾸지 않는다. 소득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성능이 달라지면 활용 격차 가운데 일부는 교육 수준과 별개로 유지된다. 사용법을 아는 능력과 배운 사용법을 실행할 조건은 서로 다른 문제다.
AI 교육보다 먼저 필요한 것, 디지털 배전망
지식이 없어서 못 쓴 것일까? 1930년 무렵 미국 도시 주택의 약 90%가 전기를 썼지만 1935년 전기를 쓰는 미국 농가는 10%뿐이었다. 민간 전력회사는 가구가 흩어진 농촌에 전선을 놓으면 고객 한 명당 건설비와 유지비가 커진다고 판단했다. 농민이 전기의 효용을 몰라서 생긴 차이가 아니었다. 지식보다 전력망의 유무가 사용 여부를 결정했다.

연방정부는 농촌전화청을 세우고 협동조합에 저리 자금을 빌려줘 배전망 건설을 지원했다. 전쟁으로 자재 공급이 막힌 기간을 지나 전선 공사가 다시 늘었고, 제2차 세계대전 뒤 5년간 2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융자를 받아 농촌 전력망에 연결됐다. 정부 융자가 민간회사가 외면한 건설비를 부담했다. 사용법 교육만으로는 대신할 수 없는 투자였다.
농촌전화청의 시연 요원들은 천막 순회 행사에서 세탁기와 냉장고, 전기 조리기구를 보여주고 주택 배선과 가전 구입 자금도 안내했다. 교육은 배전망 건설과 금융 지원에서 떨어진 별도 사업이 아니었다. 농가는 전력망에 연결되고 기기를 마련한 뒤에야 배운 내용을 일상에서 반복해 쓸 수 있었다. 공급과 교육이 함께 진행되면서 농촌의 전기 보급률도 높아졌다.
그러나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 미국 노동부가 2026년 2월 발표한 AI 문해력 프레임워크는 다섯 개 학습 영역과 일곱 개 교육 원칙을 제시한다. 교육과 훈련 과정을 설계하기 위한 지침이어서 어떤 성능의 AI를 누구에게 제공할지는 정하지 않는다. AI를 쓰는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학습 동기를 연결해야 하고, 무료 이용자에게는 배운 기술을 실행할 기능과 처리량이 필요하다. 공공정책의 대상은 강의 횟수가 아니라 요금과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AI의 최소 성능과 사용량이다. 선을 깔지 않으면 배운 기술도 쓸 자리를 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