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을 떠난 기업은 시민과 협상하지 않는다

OpenAI가 2026년 출범시킨 AI Futures는 장기 위험을 모델의 오작동보다 국가와 시민의 힘이 달라지는 일에서 찾았다. 무슨 의미일까? 근대 국가의 권력은 다수의 협력과 동의에 의존했다. 국가는 명령을 수행할 군인과 경찰, 행정을 맡을 사람, 세금을 낼 노동자가 필요했고 통치자는 이들에게 권리와 몫을 내주며 협상했다. 자율 시스템이 사람 없이 물리력을 행사하고 자동화된 생산에서 세수가 나오면 이런 의존도는 낮아진다. AI Futures가 제시한 과제는 사람이 경제에 덜 필요해진 뒤에도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법적 권리가 남아 있어도 권력이 시민의 협력에 덜 의존하면 시민의 협상력은 약해진다.

그런데 전력 산업에서는 이미 그 의존 관계가 바뀌고 있다. Alphabet은 2025년 12월 전력, 데이터센터 개발사 Intersect를 47억5천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대규모 전력 수요자가 송전망 연결을 기다리는 기간은 최대 7년에 이르며 데이터센터용으로 제안된 자체 발전 설비는 130기가와트를 넘었다. 공용 전력망을 이용하면 요금 심사와 공청회를 거치지만 자체 발전소는 이런 절차의 영향을 덜 받는다. 공적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는 기업은 지역사회와 조건을 조정할 필요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말이다.


거부권 vs. 조건을 바꿀 수 있는 협상권

지역사회는 데이터센터 입지를 잇달아 막고 있다. 2026년 1분기에 주민 반대로 중단되거나 늦어진 미국 내 사업은 75건, 1,300억 달러 규모였다. 2025년 한 해와 비슷한 수치다. 그러나 지역이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은 입지 거부에 가깝다. 건설을 허용하는 대신 전기요금이나 세수, 기반시설에서 무엇을 받을지 협상할 통로는 충분하지 않다. 거부권은 사업을 중단시켜도 조건부 승인을 위한 협상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굳게 잠긴 문 하나는 막았지만, 같은 전봇대 줄은 문을 그대로 지나쳐 옆집들의 계량기를 계속 돌리고 있다

그런데 사업을 막은 지역도 전력 비용에서는 빠져나오기 어렵다. 미국 동부 13개 주에 걸친 PJM의 용량시장은 앞으로 필요할 발전 능력을 미리 확보하는 제도다. 이 시장의 가격은 메가와트·일당 28.92달러에서 2026~2027년 329.17달러로 올랐고 직전 경매 상승분의 63%인 93억 달러가 데이터센터 수요에서 발생했다. 유치를 거부한 가구에도 같은 권역의 요금이 적용된다. 막아도 같은 고지서를 받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었다. 보안 연구자 브루스 슈나이어와 네이선 샌더스는 입지 반대가 정당해도 AI 기업이 얻으려는 더 큰 가치를 통제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는 세금 감면에 견줘 고용 효과가 작다. AI 기업은 토지와 전력보다 소프트웨어, 법률, 의료, 교육에서 발생하던 수익을 가져가려 한다. 부지 한 곳을 막는 결정은 산업의 가치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바꾸지 못한다.


규제는 왜 책임자를 찾고도 배분을 바꾸지 못할까?

그렇다면 이 배분을 규제 설계로 건드릴 수 있을까? AI Futures는 집단 개입을 작지만 심각한 위험에 한정하고 가능한 한 좁고 온건하게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또 AI가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행동을 하면 책임질 사람이나 사람이 통제하는 조직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발전소 인수, 자체 발전, 전력 비용 배분은 익명의 AI가 벌이는 사고가 아니다. 책임 주체가 드러난 계약과 정책 결정으로 진행된다. 행위자를 추적하는 규칙만으로 자원과 비용의 배분을 사전에 바꿀 수는 없다.

좁은 개입 원칙 아래에서는 전력망 소유와 요금 설계가 재난적 오용이 아닌 산업 정책으로 분류돼 규제 범위에서 제외되기 쉽다. 전력회사가 부담한 송전 투자비를 어느 고객군에 배분할지, 자체 발전 사업에 어떤 지역 편익을 의무화할지는 사고 추적과 무관한 결정이다. 이런 사항은 토지 승인과 요금 설계 단계에서 정해야 효력이 생긴다. 자산을 지은 뒤 책임자를 확인하는 절차로는 이미 체결한 계약을 바꾸기 어렵다.

이미 다 지어진 발전 시설 앞에 점검원이 뒤늦게 도착해, 문 옆 좁은 항목만 든 목록을 들고 서 있다

비용 이전 논란을 기업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2026년 3월 Microsoft, Google, Meta, Amazon, xAI는 시설에 필요한 송전 및 기반시설 비용을 100% 부담하겠다고 서약했다. 서약은 그 인식의 표시지만 자발적 약속에는 강제력이 없다. 지역사회가 비용 부담과 자체 발전의 허용 조건을 자산 건설 전에 정하지 않으면 완공 뒤에는 선택지가 줄어든다. 그 규칙이 없으면 책임자를 찾아도, 이미 굳어진 소유와 배분을 되돌릴 수단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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