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천 달러짜리 노동.. 과연 AI의 습격에서 안전할까?

OpenAI 기업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2월 이후 Codex 주간 활성 사용자는 법률에서 108배, 영업, 채용에서 41배, 마케팅에서 26배, 헬스케어, 임상에서 24배, 재무, 회계에서 20배로 늘었다. 엔지니어링은 5배 증가했다. 2월 사용량을 기준으로 계산한 증가율이라서 변호사 사용자가 개발자보다 많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기존 사용자가 적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에이전트가 개발 부서 밖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은 확인된다.

6월 Codex 주간 사용자는 500만 명이었다. 비개발자 비중은 약 20%에 그쳤지만 증가 속도는 개발자의 3배가 넘었다. 법률, 영업, 채용, 마케팅에서 사용자가 급증한 흐름과도 일치한다.

법률 업무는 인건비가 높고 절차와 기준을 문서로 정리하기도 쉽다. 대형 로펌 1년 차 변호사의 기본급은 23만5천 달러이며 보너스를 합치면 약 25만5천 달러다. 어소시에이트(로펌 소속 고용 변호사)의 시간당 과금액도 수백 달러에서 1천 달러를 넘는다.

계약 검토와 실사에서는 문서관리시스템에서 자료를 찾고 승인된 템플릿과 기존 사례를 기준으로 검토한다. 이후 기준에서 벗어난 조항과 초안을 정리하고 수정 전후를 비교한다. 법률 특화 AI 스타트업 Harvey가 문서관리시스템 iManage, NetDocuments 및 Microsoft SharePoint와 연동해 이 업무를 한데 처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건비가 높고 업무 규칙을 표준화하기 쉬운 분야일수록 투자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토큰 소비 방식의 대전환.. 질문하는 비서에서 일하는 에이전트로

어시스턴트는 질문에 답하고 내용을 분석하며 요약과 초안을 돕는다. 에이전트는 파일과 도구를 활용해 여러 단계로 구성된 업무를 수행한다. 계약서를 요약하는 일과 문서관리시스템에서 계약서를 찾아 선례와 비교한 뒤 면책, 해지 조항, 수정안, 첨부 문서를 검토 자료로 구성하는 일은 범위가 다르다. 전자가 작업 시간을 줄인다면 후자는 주니어가 맡던 준비 업무를 대신한다.

Harvey의 Workflow Agents와 Agent Builder는 로펌의 검토 기준을 실제 작업 절차로 구현한다. NDA(비밀유지계약)와 MSA(기본거래계약)를 1차로 검토하고 기준에서 벗어난 내용을 표시하며 변경 사항을 추적한다. 검토자가 수락하거나 거절한 결과는 이후 작업에 반영된다. 문서 저장소, 지식 검색, 워드 추가 기능을 연결하면 조사와 초안 작성, 수정 작업을 한 환경에서 처리할 수 있다.

기업의 AI 사용도 질문과 답변에서 업무 실행으로 옮겨갔다. 2026년 6월 기업 고객이 Codex와 ChatGPT에서 생성한 출력 토큰 가운데 Codex의 비중은 64%였다. 검색과 도구 호출, 파일 생성, 점검, 수정을 포함하는 에이전트 업무는 짧은 답변보다 많은 토큰을 사용한다.

OpenAI의 법무, 재무, 채용 부서는 4월 무렵부터 Codex를 주력 AI로 사용했다. 직원 한 명이 생성한 출력 토큰에서 Codex가 차지한 비중은 평균 85%를 넘었으며 전체 주간 출력에서는 99.8%에 달했다. 법무 부서의 사용량은 2025년 11월보다 약 13배 늘었다. 2025년 8월 이후 비개발자 개인 사용자는 137배, 조직 사용자는 189배 증가했다.


에이전트가 1차 검토를 독점하는 시대.. 다음 세대의 시니어 양성은 가능한가?

대형 로펌은 시니어 한 명 아래 여러 주니어가 실무를 맡는 피라미드 구조로 운영돼 왔다. 1년 차 어소시에이트는 계약서 검토와 실사, 판례 조사, 초안 작성, 문서 대조, 증거개시 자료 요약, 인용 확인, 공시 일정 관리, 거래 종결 점검표 작성 등을 담당했다. 협상과 전략 수립, 최종 책임은 파트너의 몫이지만 자료를 찾고 문서 형식을 다듬는 데 들던 시간은 줄어든다. 같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주니어 수도 감소한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 대형 로펌의 1년 차 어소시에이트 수는 거의 늘지 않았고 로펌당 평균 채용 인원은 줄었다. 현재까지는 이전의 과잉 채용과 고객사의 수임료 인하 요구가 더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AI 도입이 앞으로 신입 채용을 더 줄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 도입 6개월 후 초기 경력 직원이 임원보다 AI에 보낸 메시지는 주당 약 13건 많았다. 반복해서 정보를 처리하는 업무가 많은 주니어에게 AI를 쓸 기회도 더 자주 생긴다. AI 활용 능력은 개인의 생산성을 높인다. 그러나 생산성이 두세 배로 오르면 조직은 같은 업무를 더 적은 인원에게 맡길 수 있다.

교육 과정도 축소된다. 변호사들은 수백 건의 계약서를 읽고 비교하며 조항의 의미와 위험을 익혀 왔다. 에이전트가 1차 검토를 맡으면 계약서를 반복해서 접하는 기회가 줄어든다. 모의 실사나 감독 아래 진행하는 에이전트 검토, 경력 초기부터 고객을 상대하는 교육 과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당장의 인건비는 줄어도 다음 세대 시니어를 양성하기는 어려워진다.


비개발자 증가 속도와 시니어 대비 에이전트 수.. 4가지 핵심 지표를 모니터링하라

법률 분야는 지식노동의 변화를 다른 업종보다 먼저 보여준다. 영업은 계정을 조사하고 CRM을 정리하며 채용은 지원자를 선별하고 내용을 요약한다. 마케팅은 경쟁사를 조사하고 콘텐츠를 여러 형식으로 바꾸며 재무는 보고서와 대사 자료, 예측안의 초안을 작성한다. 모두 컴퓨터로 정보를 찾아 다시 구성하는 업무다. 코딩은 시험으로 결과를 확인하기 쉬워 자동화가 먼저 진행됐고 법률 업무도 선례와 서식, 조항별 규칙이 잘 정리돼 있어 그 뒤를 따랐다.

시간 단위 과금은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매출이 줄어드는 구조다. 에이전트가 5시간짜리 과금 업무를 20분 만에 끝내면 고객의 비용은 줄지만 로펌의 매출도 함께 감소한다. Meta를 비롯한 고객사들은 AI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와 주니어의 학습에 드는 시간을 외부 변호사 비용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지침을 내놓았다. 고정액과 성과 기준 과금도 늘고 있다. 로펌이 생산성 향상으로 얻은 이익을 확보하려면 시간 판매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기밀과 비밀유지특권, 규제, 환각, 전문가 책임 문제로 위험도가 높은 판단에는 사람의 검증이 계속 필요하다. 시니어는 협상과 판단, 감독을 맡고 결과에 책임지는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상위 10% 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활성 사용자당 출력 토큰을 8.3배 많이 사용한다. 이런 차이는 라이선스 수보다 내부 데이터와 접근 권한, 검토 절차, 업무 분담 방식에서 생긴다.

확인할 지표는 네 가지다.

  • 비개발자 사용자의 현재 비중보다는 증가 속도
  • 전체 ChatGPT 사용량에서 Codex 출력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 시니어 한 명이 관리하는 주니어와 에이전트의 수
  • 생산성 향상이 시간 과금 매출을 얼마나 줄이는지다.

법률 분야의 사용량이 108배 늘어난 사례에서는 이 네 가지 변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출처


#AI 산업#노동시장#법·제도#커리어